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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예술에 공공지원이 필요한 이유'

  오늘날 공연예술(연극, 오페라, 음악, 무용 등)은 생산성 지체 등으로 재정적 문제를 맞고 있다. 해답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공공지원이 그 중 강력한 해결책으로 제시된다.

  공연예술은 언뜻 많은 대체재를 가진 것 처럼 보이고 그래서 공연상품이 가격에 대해서 매우 탄력적일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공연예술에 대한 기호는 후천적으로 개발, 교육되는 것으로 다른 것으로 쉽게 대체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입장료를 낮춘다고 해도 관람객들이 폭발적으로 늘지 않는다. 공연예술의 수요는 가격에 대해 비탄력적이라는 것이다.
  소비자 수요 탄력성의 가장 큰 변수는 바로 '공연의 질적 변화' 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가진다. 즉 가격이나 소득의 변화에도 수요는 크게 동요하지 않지만 공연의 질의 변화에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다.

  공연예술의 상대적 생산성 지연 또는 중단은 상대적으로 비용을 증대시키고 이를 그대로 입장료에 반영한다면 입장료는 다른 부문에 비해 훨씬 빨리 상승할 것이가. 이는 시민들의 공연예술 접근에 대한 장애로 작용할 것이고, 공공재인 공연예술로서는 견디기 어려운 지경에 봉착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입장권 가격을 증가된 경비만큼 올리지 못한다면 공연단체는 비용을 줄이려고 할 것이다. 즉 비용이 많이 드는 작품을 기피한다든지 필요한 제작인원과 출연자를 최소화 하려고 할 것이다.
  이처럼 필연적이지만 바람직하지 못한 현상을 타파하기 위해 공공지원이나 민간기부가 필요한 것이다. 공연예술이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며 발전하여야 하고 공공재로서 시민들의 접근을 막지 않기 위해서는 공공지원금과 기부금이 점점 커지는 비용과 수입격차를 메워주어야 한다.
  
  공연예술의 경우에는 진입장벽 등으로 인하여 소수의 거대 공연예술 단체가 고용, 관객, 수입 등을 지배하는 일종의 과점적 시장형태를 보여준다.

  공공재는 일반적으로 사적 편익과 함께 외부 편익을 가지는데 교육이 그 대표적인 경우 이다.  교육을 받는 사람은 당사자의 취업이나 신분 상승과 같은 사적인 편익을 얻지만 그 이상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이득을 안겨준다. 즉 그 사람이 잘 교육되면 사회 질서와 발전에 기여하게 되므로 나머지 사회구성원에게 이익을 주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회가 교육에 투자하는 것은 전체 사회의 외부편익을 증대 시키는 것이다.
  예술은 이런 집단적인 외부 편익이 존재하는가 하는 것은 예술의 공공재로서의 특성을 규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문화경제학자들이 주장하는 외부 편익은
1.후세에 대한 유산
2.국가적 정체성과 위신
3.지역 경제에 대한 기여
4.자유로운 교육에대한 기여
5.예술참여자들의 사회적인 증진
6.예술의 혁신성
으로 정리가 된다.
  공연예술이 위에 열거한 외부편익을 가지는 것은 분명하다. 셰익스피어의 전통이나 베토벤의 전통은 후세에 대한 큰 유산이 되고 유명한 음악가를 가진 나라와 국민은 국가적 자긍심을 가질 수 있다. 공연 예술이 주는 지역 경제에 대한 기여는 이미 검증된 바이고, 공연 자체가 주는 교육적인 효능, 공연 관람으로 얻어지는 지적, 감성적 고양은 측정할 수는 없으나 존재한다고 믿는 부분이다. 예술의 혁신성이란 예술적인 실험은 비용이 많이 드는 반면 실패하기도 쉽지만 성공해도 그 성공을 독점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공연예술이 외부편익을 가진 공공재로서의 성격을 띤다면 정부는 당연히 그 비용의 일부를 부담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치안이나 교육 등 다른 분야의 외부편익보다 예술의 외부편익은 더욱 추상적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지원이 이루어져야하며 어느 정도를 생산하는 것이 좋울지 결정하기 어렵다.

  공연상품은 직접 소비하기 전에는, 즉 입장원을 구입하여 공연을 직접 보기 전에는 공연상품의 품질을 분별할 수 없는 경험재에 해당한다. 경험재의 경우 가장 두드러지는 문제는 생산자와 소비자간의 비대칭적인 정보에서 비롯된다. 생산자는 상품에대한 정보를 가지는 반면 소비자는 구입하기 전에는 품질에 대해 아무 정보도 가질 수 없거나 가진다 해도 매우 불완전하거나 선별된 정보만을 소유할 수 있다. 이러한 경우 소비자는
1.상품의 품질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 수집(텔레비전 광고 포스터, 전단 등 광고룰 통한 정보 보다는 전문가의 평이나 주위 사람의 입소문을 통해 진실에 가까운 정보를 수집)
2.과거의 소비경험을 이용한 상품 구매(자신이 극장에서 직접 만났던 공연의 주인공이나 주요 스태프는 다음 작품 선택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침. 따라서 과거 소비경험이 없는 신입자들일 경우 상대적으로 불리 할 수 밖에 없어 진입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음. 공연예술에서 스타 탄생이 극적인 것은 그만큼 소비패턴이 보수적이기 때문. 규모가 큰 공연을 만들면서 스타를 캐스팅하는 것도 이 때문.)
이 두가지 방법으로 품질의 불확실성에 따른 예상 피해를 줄이려고 한다.

  소비자가 구입하기를 희망하는 양보다 더 많이 제공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사회가 결정한 재화를 가치재(merit goods)라고 한다. 가치재로서 가장대표적인 것이 교육이다. 사회는 체재유지와 생산성 향상을 위해 더 많은 교육을 받은 사회구성원을 요구하지만 구성원들의 의지에 맡겨두면 사회가 희망하는 만큼의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따라서 사회는 교육 서비스가 개개인의 삶의 질을 향상 시킬 뿐만 아니라 사회의 유지와 발전을 위해 필요하므로 공공재원을 투입해서 더 많은 교육 서비스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결정하게 된다.
  이처럼 가치재로 판단되는 재화는 공공지원으로 가격을 낮춰 소비를 증가시키게 된다. 이는 예술에 대한 공공지원의 또 하나의 명분으로 작용한다.
  예술은 개인이나 사회에 꼭 필요한 '가치 있는 것' 이며 시장의 논리에 맡겨두면 그 가치에 걸맞는 소비가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정부가 이를 지원하며 소비를 증가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공연예술 그 자체가 본질적인 존재가치를 가지고 있으며 관극행위가 개인이나 사회에 크게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믿는다면 가치재로 성립될 수 있을 것이다.

-발췌. 극장경영과 공연제작, 이승엽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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