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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적 측면으로서의 공연예술과 시장규모'

  공연예술의 산업적 측면을 강조하는 경우, 예술작품이 더 이상 예술작품으로만 존재하지 않고 복제되거나 대량생산되어 유통되는 것은 물론 이를 바탕으로 하는 연관산업까지 크게 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하며 중요시 한다. 이는 자연스럽게 예술의 경제적 기능에 눈길을 돌리게한다.
  예술은 직접적으로는 고용과 생산활동의 경제적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의 관광이나 컨퍼런스 산업 등 관련산업과 국가나 지역의 이미지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작용한다는 것이다.
  한편 1999년에 제정된 우리 '문화산업진흥기본법'은 문화산업을 '문화상품의 생산, 유통, 소비와 관련된 산업' 이라고 정의하고 문화상품은 '예술성, 오락성, 대중성 등의 문화적 요소가 체화되어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유형, 무형의 재화와 서비스 및 이들의 복합체' 라고 정의하고 있다.

  서비스산업은 제조업과 대칭되는 용어로 무형의 상품 거래를 통해 부가가치를 발생시키는 산업분야이다. 호텔이나 오락, 전력, 수송, 금융, 정보, 통신서비스 등이 모두 여기에 해당된다.
  일반적으로 서비스의 기본적 특성으로는 무형성, 이질성, 생산과 소비의 동시성, 소멸성 등 네 가지를 드는데 공연예술상품의 특성과 잘 어울린다.
  공연예술은 전형적인 무형의 상품이다. 일부 유형적인 요소들, 예를 들어 극장이나 극장시설, 무대장치와 배우, 의상 등을 몸으로 직접 체험하거나 만질 수 있지만 실제 관객에게 제공되는 것은 이들이 모아져서 만드는 무형의 공연이라는 상품이다. 공연을 보는 것을 객관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불가능한 지극히 주관적인 소비 행위이다.
  같은 극장에서 같은 스태프와 같은 캐스팅으로 공연한다고 해도 각각의 공연은 다르다. 출연자들의 컨디션이나 극장의 상태, 설비의 가동상태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며 어떤 관객들이 어떤 목적으로 왔느냐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방학숙제를 하기 위해 공연을 관람하는 관객과 감동받기 위해 관람하는 관객에게 공연물은 달리 작용한다. 똑같은 관객은 존재하지 않는다. 혹시 물리적으로 같은 관객이 같은 공연을 같은 극장에서 관람한다 해도 이전과 같은 공연은 아니다.
  공연은 반드시 무대와 객석이 있는 극장(또는 극장 기능을 하는 공간)이라는 공간에서 공연되며 공연행위와 관극행위는 동시에 이루어진다. 관객은 공연 현장에 존재하며 공연에 직접 참여한다. 관객들 사이에서도 관극에 영향을 준다. 유료관객이 많은 공연은 초대관객이 많은 공연보다 관극분위기가 좋다.
  공연이 일단 시작되면 빈 좌석은 더 이상 판매할 수 없다. 공연 후에 공연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관객이 항의하더라도 그 공연과 극 행위를 물리거나 입장권을 다른 관객에게 되팔 수 없다. 공연자 측의 명확한 실수 때문에 환불 할 수 는 있지만 이 경우에도 관객의 관극 행위를 물리거나 되팔 수는 없는 것이다.

  공연예술의 시장규모는 측정하는 기준에 따라 달라진다. 공연 시장에서의 공연상품의 매출규모와 공연예술에 투입되는 규모 즉 비용이 크게 차이가 나는 것이다. 이것은 기본적으로 공연예술이 비용보다는 수입이 적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른 산업분야가 매출규모 안에 모든 비용과 이익이 포함되는 것과는 정반대이다. 비용과 매출의 차이는 대부분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지원금 등 공공지원금과 민간기부금으로 충당된다.
  공연상품의 매출은 공연의 입장권을 팔아서 올리는 입장 수입을 중심으로 협찬수입, 광고수입, 기타 상품 판매수입 등으로 이루어진다.

  공연예술분야를 전망 좋은 분야로 알고 몸을 던지려고 하는 젊은이들에게는 매우 실망스러운 수치가 아닐 수 없다.
  문화산업은 미래산업의 대표적인 분야의 하나로 손꼽힌다. 그런데 막상 그 시장을 들여다보니 시장규모는 너무나 초라하다. 연극계, 무용계, 음악계 등 우리나라 문화예술의 중요한 바탕과 기둥을 이루고 있는 공연분야의 전문가들이 힘을 모아 작업한 결실을 재화로 환산한 수치는 허무할 정도이다. 옛부터 '배고픈 직업' 이라고 불리운 것이 나눠먹기에는 너무 작은 파이에 있었던 것으로 짐작된다.
  물론 공연예술은 공연시장의 매출로만 지탱되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적어도 문화산업 또는 공연상품이라고 한다면 시장의 법칙에 따라야 할 것이다. 공연상품에는 소비자의 드러나지 않은 문화적 갈증을 모아 극장으로 끌어들이려는 획기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공연계가 튼튼한 재생산구조를 갖추는데는 시장규모의 확대가 절실한 것이다.

-발췌, 극장경영과 공연제작 이승엽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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